데이터로 알아보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여성차별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남녀논쟁글


핸드폰을 살 때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은지, 혹은 할인 상품이 무엇이 있나 알아보러 '뽐뿌'라는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자주 찾아가는 편입니다. 방문자수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대한민국에서 28위일 정도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웹사이트지요. 오늘은 예전 1월 30일 아침에 심심해서 어떤 재미있는 글이 또 올라 왔을까 뽐뿌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인기 글' 섹션에서 보았던 '남녀논쟁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글의 제목은 '남혐과 여혐이 주장하는 것들 중 팩트만 살펴봅시다'이며,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한국에서 여자로 살기 편하면서 왜 계속 불평을 하냐!'입니다. 그 근거로 글쓴이는 두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남자들은 군대 다녀오느라 2년을 낭비하는데 반해서 여자들은 군대에 안가도 되니 남자가 사회진출에 더 불리하며, 두번째로 사회가 여성차별에 대해서는 민간함 반면, 남성인권 신장에 대해서는 둔감하여 오히려 남자에 대해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혐, 여혐만큼 확실하게 어그로를 끄는 주제는 흔치 않은 듯 해요



#Me Too가 전해준 충격


물론 남자들이 한국 사회에 가지고 있는 불만은 십분 이해합니다. 저도 한국 남자로서 군대에 다녀왔지만 십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에 고생했으며, 지금도 예비군 훈련에 불려가면 하루 8천원만 주는 돈에 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성들이 그 동안 사회적 압력때문에 차마 말해지 못했던 범죄를 폭로하고 고충을 토로하는 시점에서 남성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연극계, 문학계에서는 여성들의 성추행, 성폭력 폭로로 그 동안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왔던 이윤택 연출가와 고은 시인, 조민기 교수 등 사회적 유명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그 동안 억압받아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Me Too 연대 운동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용기를 얻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인터넷....양성 평등의 시발점?


저는 SNS, 더 나아가 인터넷이 사회적 연대를 가능케 하여 #Me Too 운동을 촉발하고 양성 평등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에서 양성 평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즉 #Me Too 운동이 온라인에서 시작되어 현실인 오프라인 세상의 양성평등을 주도하고 있으니, 그 온라인 공간 자체에서는 양성 평등이 구현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미 똑똑하신 많은 분들께서 '인터넷 공간과 성차별'을 주제로 많은 연구를 하셨더라구요. 논문들을 하나씩 읽어봐야 하나 걱정하고 있던 와중에 이러한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New York Times의 기사가 있어 이를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드립니다.





아직은 먼 인터넷 공간의 양성 평등


위 기사에 따르면 객관적인 방법으로 작동할 것처럼 보이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들도 사실 그 알고리즘을 쓴 프로그래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기에 사회의 편견을 이미 반영한 경우들이 많다고 합니다. 구글의 검색 결과,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에추천으로 뜨는 사람들,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는 추천 영화들.....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따라 객관적으로 작동할 것 같은 시스템들이 사실 프로그래머의 생각, 프로그래머가 살고 있는 우리 사회 통념이라니 놀라운데요.


예를 들어, 흑인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는 이름을 구글에 검색하면 전과를 검색해주는 '범죄 경력 조회 회사'의 광고가 많이 노출되며, 남자로 보이는 사용자들에게 더 높은 연봉의 헤드 헌팅 광고들이 노출된다고 합니다. 또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C.E.O, 즉 회사의 전문 경영자를 검색해보면 여성 이미지는 11퍼센트만 나옵니다. 실제 여성 C.E.O의 비율은 27퍼센트나 되는데 말이지요.


기사는 말미에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재생산하는 관념, 편견 중 우리가 어느 것을 용납할지, 어느 것을 용납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은 정책적 결정'이라며 IT업계에 사회의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점점 IT업계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IT 서비스들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제도가 생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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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