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아니라 논문도 읽어야 하는 대학원 생활

#1. 


기말고사가 끝나고 1학기 때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다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머신러닝 교재의 R 프로그래밍, 선형대수학과 제가 관심있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공부하려고 했었죠. 학부생 기준으로 본다면 필요한 부분을 공부하는, 보람찬 방학이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선형대수학 강의는 이미 다 들었는데,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강의입니다! Coursera의 Linear Algebra 강의인데요, 다른 포스트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과의 면담 시간에 이 계획을 말씀드리니 저처럼 공부하다가는 졸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으아앙


이렇게 슬라이드를 만들어 교수님께 보여드렸었죠



졸업을 못할 수도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논문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학점만 채우면 되는 학부과정과 달리 논문을 탈고하고 이를 교수님들께 발표해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각 학생들마다 관심있는 분야가 달라서 공통적으로 시험볼 수 있는 분야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논문을 써야하기 때문에 기초 과목들만 공부하다가는 논문을 무엇으로 써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힘들어하게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2


교수님께서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Bottom up 과 Top down 두가지 방식을 다 같이 써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Bottom up 방식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공부방법으로, 수업시간이나 부족하다고 느꼈던 과목을 공부하여, 최종적으로는 관심있던 분야를 연구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제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런 기초 과목들을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제가 연구하고 싶었던 분야에 가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2년내에 졸업해야 하는 석사 과정에서 자칫 졸업 하기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게 교수님 말씀이었습니다.


Bottom up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게 Top down 공부방법입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최근 논문들을 틈틈이 읽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가 관심있는 분야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 제가 '주가 변화'와 'Asset Valuation'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Autoregression'을 아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배운적이 없었기에 모른다고 말씀드리니, 이렇게 최신 논문을 보아야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하시며, 2~3주의 시간을 줄테니 논문 10개 정도를 읽고 브리핑 해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3


그래서 오늘 몇시간에 걸쳐 읽은 논문들을 리뷰해보겠습니다. 각 논문들마다 링크가 걸려있고 몇몇은 유료이기 때문에 abstract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The link between job satisfaction and firm value (2012)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인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논문으로, '직업의 만족도'가 '주식의 시가총액으로 판단되는 회사의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상관관계가 아니라 무려 '인과관계'로 증명했습니다. 이 논문을 읽게 된 계기는 과거 제가 직장인 시절에, 불만족스러워서 퇴사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직원들이 만족하면서 다니는 회사라면 회사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이미 6년전에 사실로 드러났네요!


2. 직원을 위한 내부 마케팅이 기업의 시가 총액 변동률에 미치는 영향 분석-잡플래닛 기업 리뷰를 중심으로 (2017)

위의 1번 논문이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기업에도 적용이 되나 궁금해서 찾아본 논문인데 역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결과는 '잡 플래닛'에 적힌 평가사항과 기업의 주가에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이 논문에서 느꼈던 점은 1학기만 다녔던 제가 모르는게 없을 정도로 기초적인 개념들만 가지고 논문을 작성했다는 점입니다. 논문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이 논문을 읽고 많이 사라졌습니다.


참고로 이 2번째 논문은 잡플래닛을 데이터 소스로 활용하였는데, 잡플래닛에 있는 리뷰들이 그리 유용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예전 회사의 내 직무를 살펴보니 내가 느꼈던, 그리고 주변에서 보았던 것과 다른 것들이 많이 적혀 있었기 때문인데요. 또한 각 직원들의 회사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의심스러워 보이는 잡 플래닛의 리뷰를 바탕으로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KRX 200보다 더 높았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말이죠. (출처 : 직원을 웃게하는 회사, 고객또한 만족시킨다)



     

'잡 플래닛' 리뷰보다 개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데이터 소스가 없을지 생각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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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