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학생들의 구직을 보며 느낀점

#1 

아직 프랑스어로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어로된 글들을 많이 보는 중이다. 그래서 책도 최근 많이 읽는 중이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도 자주 방문한다. 그 사이트들 중의 하나가 내가 졸업했던 대학교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최근 대학생들, 대학원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올라오는 주제는 '취업난'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매년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취업난이 훨씬 심화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취업이 어렵고, 우리나라는 첫 취업 일자리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니 취업난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자주 보인다. 걱정의 수준을 넘어서는 글들도 몇몇 보인다. "1년동안 취업준비를 했는데도 계속 떨어져서 우울해요", "최종면접에서 3번 연속으로 떨어지니까 제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아요." 

 

한 학생의 글

 

#2

프랑스에서도 청년 실업은 심각한 주제이다. 통계로 보면 한국보다 프랑스의 청년실업이 훨씬 심각하다. 2019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만 15~24세) 실업률은 12%이지만, 프랑스는 21%이다. 한국의 수치는 OECD 평균보다 낮다. 물론 한국의 청년들은 군대때문에 취업 시기가 늦고, 취업이 되지 않으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계속 대학교에 남아있기 때문에 청년 취업률 통계에 허점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의 큰 맥락은 벗어나지 않으리라 본다.

 

아래 통계그림에서 볼 수 있는 "파랑색 막대"가 대한민국의 남성 청년 실업률이며, "빨강색 막대"가 프랑스 남성 청년 실업률이다. 확연히 프랑스가 높다는 걸 볼 수 있다. 가장 실업률이 낮은 나라는 일본이고 가장 높은 3나라는 유럽 경제에서 가장 문제라고 평가받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을 제외한 3나라이다. 요즘 일본이 취업이 잘 된다고 뉴스에서 보기는 했는데 통계로 확인해보니 얼마나 낮은지 실감이 난다.  

 

2019년 OECD 국가별 남성 청년(만 15~24세) 실업률 통계

 

#3

청년 실업률이 높기 떄문인지 직업을 구하려는 경쟁도 더 치열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대학생들의 구직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 매우 놀랍다. 우선 취업 준비하는 것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페이스북, 링크드인은 물론이고 링크드인에 CV를 올려서 이걸 널리 공유해달라고 한다.

 

자기소개와 이력서(CV)를 SNS에 홍보하는 한 학생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CV를 올려놓고, 자신이 가고 싶은 회사들의 해쉬태그를 달아놓는다. 그러면 이 해쉬태그에 해당하는 회사에게 알람이 가기 때문에 몇몇 회사들은 이런 지원자들에게 어디에서 지원을 하면 된다고 댓글을 달아준다. 그리고 이런 글에는 추천(like)를 눌러주는게 예의인데, 왜냐하면 그 추천을 누른 사람들의 친구에게도 해당 글이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마침 해당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는 채용 담당자가 있다면, 운좋게 인터뷰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4

몇몇 학생들은 CV를 올려놓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직접 자신의 구직 과정에서 느낀 점을 글로 적고, 사진까지 찍기도 한다. 아래 글을 보고 나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용기에 놀라웠다.

 

놀라웠던 링크드인 포스트

 

글의 내용은 대략 "전 5개월동안 350개 직무에 지원했습니다만, 아직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널리 퍼뜨려주세요" 이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자신의 구직 과정을 요약한 종이를 사진을 찍었다. 한국이라면 이렇게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창피해서 공개적인 장소에 웃는 사진과 함께 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수시채용보다는 아직까지 공개채용(공채)가 중심이기 때문에 네트워킹의 필요성이 많이 없어서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5

나도 직업을 구하려고 약 400개가 넘는 직무에 지원했었다. 공채와 달리 이런 수시채용에서는 불합격하면 아예 답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2주, 1달이 지나도 아직 합격했는지, 불합격했는지 알 수가 없는 불확실한 상태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직접 네트워킹을 해야하고, 떨어진건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상황, 불합리한 상황이다. 그래서 일까? 내가 프랑스에서 구직을 할 때는 기분이 항상 저기압이고, 프랑스 사회가 절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저 학생처럼 "실패에도 난 긍정적이에요!!"하면서 웃는 사진을 올리는 건 할 수조차 없었다. 

 

한국이든 프랑스든 사람들이 취업을 하느라고 너무 고생을 하지 않도록 경제가 빨리 회복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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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