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살벌한 프랑스 직장

아침까지 보였던 동료가 오후에 점심을 먹고 들어와 보니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회사 메신저를 확인해보니 다른 팀의 매니저가 전체 메시지를 썼다. 그 동료는 퍼포먼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같이 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즉 해고되었다는 말이었다. 정직원 수습기간 동안 회사나 노동자 양측 모두 통지 기간(période de préavis.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할 때 1,2 달 정도 미리 알려주어야 하는 기간)을 지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전에 출근한 직원을 점심시간에 해고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고 오후의 일을 계속 이어나갔다. 어떻게 미국에서만 보던, 고용 유연성이 높은 나라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당일 해고"가 고용 안정성이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발생하는 걸까?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정규직(CDI. Contra à durée indéterminée)의 고용 안정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회사가 망할 위험에 처해있거나 직원이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규직의 해고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정직원의 고용 안정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직원을 만들기 전에 직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기업의 수습 기간(périod d'essai)은 8개월, 공기업의 수습 기간은 1년 정도로 한국에 비해 그 기간이 매우 길다. 이 기간 동안 회사의 퍼포먼스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 나의 회사 사례에서 본 것처럼 짧은 시간 내에 회사를 나가야 한다. 또는 수습 기간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계약직 (CDD. Contra à durée déterminée) 1년 + 수습 기간 8개월을 거쳐야만 정규직을 주는 회사들도 있다.

이처럼 수습 기간 동안 철저한 퍼포먼스 검증이 동반되기에 사람들이 한국에 비해 이직이 적은 더 보수적인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이직이 적으니 프랑스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연봉이 상승하는 상승률이 적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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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