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꼭 gare du nord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 근처에는 아프리카계 이민자가 정말 많다. 오히려 프랑스에 예전부터 살아왔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백인들보다 흑인들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에게 물어보면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다닌 학생들 중 60-70%가 유럽의 다른 나라(대부분은 francophone 국가인 프랑스나 벨기에, 스위스) 등으로 이주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백이면 백 해당 나라의 시민권을 딸 계획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제리의 1인당 GDP가 2020년대 기준 5천달러를 넘어가지 않는데 비해 프랑스의 1인당 GDP는 5만달러에 육박하니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찾아 유럽에 오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 프랑스에서 고등교육을 받거나 프랑스에서 선진 기술을 익혀서 배운 엘리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본국의 경제를 부흥시켜볼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많이 안타깝다. 대한민국도 선진국에서 공부를 하시거나 일을 했던 많은 분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교편을 잡거나 일을 하면서 경제를 부흥시켰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altech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시고 NASA 에서 근무를 하신 다음에 1974년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운영하기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신 김병구 박사님이 있다. 이 분들이 선진국에서 쭈욱 터를 잡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셨다면 작금의 한국 경제 부흥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개인의 행복을 따라서 어느 나라를 가는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이 자유는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만약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못 살아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야만 하고, 해외에서도 문화자본이 없어서 무시받는다고 상상해보면 너무 슬프다. 지금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이 유명해서 나도 어깨가 으쓱한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로 온 수많은 아프리카계, 중동계 이민자들의 본국도 경제적으로 발전하여 프랑스처럼 잘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