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지원했던 어느 랩의 박사 3분과 1차 screening 용 면담을 나누고 나서, 마음 따뜻한 박사과정생 1분이 나에게 조언을 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 글의 작성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 교훈을 오래 기억하고 후에 있을 나의 입시 면접에 활용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대학원 면접을 미래에 볼 후배들을 위한 것이다. 참고로 내가 지원했던 랩은 산업공학과이니 좁게는 산업공학과, 넓게는 공대에 지원하려고 하는 지원자들이 참고를 하면 특히 유용할 것 같다.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싶어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는 학과 면 무슨 주제에 관해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적용하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랩에 지원을 했다. 물론 1순위로 지원한 랩은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금융, SNS(IT) 분야에 대해서 지원했지만, 사전 contact 과정에서 떨어질 시 같은 학교에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는 다른 랩에 지원했다.
이때도 딱히 '이 랩이 아니면 안 된다! 나는 이 분야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한 개라도 더 많이 지원을 해서 합격한 뒤, 우선 합격부터 하고 어디 갈지 고민해 보자'라는 심정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는 랩이라면 묻지 마 지원을 했었다. 그렇게 '묻지 마 지원 과정'에서 어느 대학교의 산업공학과 랩에서 공부 중이신 박사님 3분과 입학 면접을 하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랩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라는 마인드로 묻지 마 지원을 하다 보니 박사과정 3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절실함'이 안 보여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힘들었다. 즉, 이 랩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니 대답도 잘 할 수 없거니와, 랩에 관련된 질문도 수준 높게 할 수 없었다....
특히 'why this lab'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무슨 연구하고 싶어서 우리 연구실에 왔어요?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싶어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우리 대학교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는 랩이 4-5개가 있는데 그 4-5개 랩 중에서 왜 굳이 우리 랩이에요?''아.... 그 부분은.... 음.....'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니 박사님 3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거의 불가능했다.
오히려 내가 그 대학원생 분들에게 되묻는 처지가 되었다. '저... 제가 이 랩이 주로 다루는 domain에 대해서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닌데요. 데이터 사이언스가 하고 싶어서 왔어요... 어떻게 하면 교수님께 제가 이 domain에 관심이 있어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면담이 진행되다가 약 30분이 지나자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3분 중 2분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1분이 나에게 밖에 나가서 같이 좀 걷자고 제안하셨다. 그분은 그 박사과정생 3분 중에서 면접 때 가장 말씀이 없으셔서 저에게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더 이 제안에 저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이 계신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하지 못할 말씀이 있으셔서 그랬다는 걸 직감하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그분은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커피 한 잔을 사주시며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그분의 말씀은 지금은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Data science랑 관련되어 있는 랩에 들어오려면 예전과 달리 더 절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 가깝게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 사이언스 랩이 인기가 많지 않아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교수님께서 바로 뽑아주셨는데 최근에는 인기가 많아지면서 교수님께서 사람을 가려 뽑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와서 유명한 연구실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우리 랩에 들어와서 뭘 하고 싶은지, 우리 랩에 얼마나 들어오고 싶은지'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진정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하는 질문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랩이 뭐 하는 랩인지 아세요?', '우리 랩에 들어와서 무슨 연구하고 싶으세요?' 이런 질문은 하나같이 '지원자의 관심'을 확인하는 목적이다. 이 질문들은 방금의 면접 과정에서 좋은 대답을 드리지 못하여 나의 입학 가능성을 낮춘 질문이었다.또한 가장 절실함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은 "우리 랩 말고 지원한 다른 랩도 있어요?" 인 것 같다.
이 질문은 지금까지 교수님과의 랩 면담을 2번 해보았는데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었다. 이때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이 랩 말고 여기도 지원했고요, 저기도 지원했고요. 다른데도 한군데 더 지원했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한 이유는 어차피 지원자 입장에서는 떨어지기 무서우니까 여러 군데 지원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물어보시는 교수님들도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히 거짓말해서 나의 정직성을 의심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들께서도 이렇게 속마음을 알고 있을지언정 lip service를 하기 위해서라도 "전 교수님 랩만 지원했습니다!! 만약 떨어지면 1학기 동안 더 준비를 해서, 가을학기에 들어오거나 인턴이라도 해서 교수님 랩에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석사과정, 더 생각한다면 박사과정까지 할 수 있는데 1학기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가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이건 교수님들도 마찬가지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이에 대해서 항상 질문이 들어왔다. 그래서 내가 준비를 잘 해야 했던 질문은 '왜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오시고 싶었어요?' + '왜 이 랩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싶으세요?'
즉, 이 부분도 위의 진정성과 연결하여 교수님께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랩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그 랩에서 연구하는 주제에 왜 내가 관심이 있고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다 나에게 개인 시간을 내주셔서 따뜻하게 조언해주신 그 박사과정생님 덕분이다. 나도 글을 계속 써서 나랑 똑같은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약하나마 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