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한국 증시도 하락할까?

Summary

 

· 최근 전세계 증시는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 다 같이 상승하고, 하락하면 다 같이 하락하는 커플링 현상 보여준다

· 이는 전 세계 경제가 긴밀히 연결되며 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나라로 쉽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은 신흥시장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기관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곳이다.

· 따라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코스피는 더 많이 하락하게 된다. (미국 증시가 기침하면 한국 증시는 감기 걸린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 그래서 전 세계 증시에 투자했는데 다 같이 하락하네...잉?

 

퇴직 하기 전 받았던 월급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했었습니다. 투자 종목은 한국 대형주들(LG화학, LG전자, NAVER 등)과 세계 여러 나라의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S&P 500, Dow Jones Industrial Average Index, MSCI Advanced World Index) 였습니다. 저는 이 정도면 투자 분야에서 오래 내려오는 격언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를 잘 지켰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증시에 투자하면 한 나라의 증시가 폭락해도 다른 나라의 증시는 상승하여 일정한 수익률을 꾸준히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더라구요. 최근 며칠간 미국 증시가 하락하자 전세계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장중 2,600포인트도 돌파하였다가 2018년 1월 29일을 시작으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글을 쓰는 지금 2월 9일 금요일에는 2,300 포인트대로 하락하였습니다. 10일만에 10%도 넘게 하락한 것이지요. 제 전재산의 대부분은 주식에 투자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전세계 증시가 하락하자 제 재산도 많이 줄어든 슬픈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왜 전세계 증시가 다 같이 하락하지? 그리고 왜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더 많이 하락하지?

 

우선 전세계 증시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구글 파이낸스를 통해 확인해보았습니다. 구글 파이낸스에서 포트폴리오에 여러 주식 종목을 담으면 이 주식 종목간의 움직임,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KOSPI 200 : 코스피 200, MCX : FTSE 250, URTH : MSCI World Index, NDX : NASDAQ 100, .INX: S&P 500, TOPIX 1000: 일본 TOPIX 1000

 

위의 그래프는 최근 3개월 (2017년 11월 10일 - 2018년 2월 9일)의 한국, 유럽, 미국, 일본 지수의 그래프입니다. 1월 29일부터 모든 그래프들이 다 떨어지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각 나라의 주식 지수들이 모두 높은 상관계수를 가지고 움직인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요. 이래서는 여러 나라 증시에 투자한다고 해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첫 번째 이유 : '세계화' 현상으로 한 나라의 경제 문제가 다른 나라로 쉽게 전이되기 때문.

 

그러면 왜 전세계 증시는 이처럼 커플링(Coupling : 동조화 현상)을 보여주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여러 나라들간의 분업화가 이루어지며 한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다른 나라들은 그 나라로 수출을 할 수 없게 되어 경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경제에서 수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World Bank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ource : World Bank

 

 

1960년대에는 각국의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2%정도였는데, 2016년 현재에는 약 28.5%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9년도에 수출의존도가 급락했던 이유도 전 세계에서 공산품 수출을 가장 활발히 하는 미국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수출을 많이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이나 중국처럼 수출의존도가 42.2%, 19.6%에 이르는 수출 규모가 크고 제조업 중심의 국가의 경우 다른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제조업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긴밀히 연결되면서 미국, 유럽 등 한 곳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는 그 나라의 경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IT의 발달로 기관 투자가들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면서 여러 나라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달러, 일본 옌,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옮깁니다. 여기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대한민국 증시가 하락하는 두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 : 세계 경제 불황일 때, 안전자산 선호 성향 증가.

 

글로벌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그 동안 공격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신흥시장에 투자하던 투자가들은 이 주식들을 팔고, 금, 달러, 일본 옌 등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려는 경향을 갖습니다. (출처 : 미국증시가 기침하면, 한국 증시는 독감 ) 경제가 불황이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감소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은 자산에 투자하려는 안전자산 선호 성향이 증가하게 됩니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금융 감독관리체계가 부실하고, 회계가 선진국만큼 투명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며,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경우가 많아 경제 성장률의 변동성이 큽니다. (출처 : The risks of investing in emerging markets ) 따라서 꾸준한 수익률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을 한정적으로 쓸 수 밖에 없을 때는 위험을 회피하게 되는데, 이는 곧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집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은 MSCI Index에서는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거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때 투자가 감소합니다. 대한민국은 2017년 6월 기준으로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도 오르지 못하였기 때문에 2018년이 끝날 때까지 아직 MSCI 선진국 index에 편입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출처 : 한국증시, MSCI 선진지수 편입 왜 안될까?)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경제가 어려울 때 지금보다 증시 낙폭이 감소할 것 같은데, 아쉽네요.

 


저는 미국 증시가 하락해도 꾸준하게 수익을 올리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었는데요. 제 자금의 큰 부분이 코스피에 투자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미국 증시에 따라 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도 요동칠 것 같네요. 주식으로만 구성된 제 포트폴리오에 다른 자산군을 추가하여 더 올바른 분산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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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