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에서 일했던 선배와 대화 후 느낀 점

오늘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시고 미국에 남아서 증권사 파생상품 구성팀과 헤지펀드에서 일하셨던 학교 선배를 뵈었다. 카카오톡으로 내가 읽은 논문에서 궁금한 점과 내 논문 쓰는 방향에 관해서 여쭈어 보다가 아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편할 것 같아서 만나게 되었다. 시간을 내주신 학교 선배께 다시 감사드린다. 이 만남에서 알게된 헤지펀드, 증권사 파생상품 구성팀 취업 관련 사항과 대학원 생활 tip들을 나중에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써본다.


#1. 수학, 물리학 등 Hard science 전공 석, 박사가 매우 선호된다.

시장 상황을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분석하고 트레이딩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본 공학적 지식, 수학적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 인터뷰 질문들도 positive semi-definite matrices, 테일러 시리즈 등 선형대수학, 통계학 등에 대해서 물어본다. 물론 코딩에 관련해서도 물어보기도 하지만 IT 회사의 코딩 테스트처럼 제한 시간내에 문제를 풀어야 하지는 않고, 데이터를 주고 분석해보라는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수학, 통계 중심의 인터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회사 업무와 관련이 깊다. 


헤지펀드같은 경우 자산운용사에 비해 운용하는 자산들의 time horizon이 짧고, 짧은 기간 내에 장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통계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증권사 파생상품 구성팀의 경우에는 상품을 구조화 할 때 수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된다고 하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말씀해주셨는데도 이해가 안되었다 하하) 반면 자산운용사 같은 경우는 긴 시간동안 상품을 다루고, 여러가지 제한조건들이 있다. (ex. 한 상품에 포트폴리오 자산의 10%를 초과하는 배분을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기업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등) time horizon이 길어지면 자산들이 정부의 정책적 변화나 정치인들의 발언 등 시장 이외의 상황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domain knolwedge가 좀 더 중요해진다고 한다.


나는 백그라운드가 공학, 자연과학은 아니기 때문에 two sigma, AQR,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같은 헤지펀드는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은 선배께서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지 않는데도 나보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분야의 수학을 잘 아셔서 내 수학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도 더 열심히 수학, 통계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학기에 수학 과목을 듣는데,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2. 교수님과 더 자주 만나자

우리 랩에서 finance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나 혼자뿐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논문을 읽어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내 지식이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없어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이런 답답함을 선배에게 토로했더니 선배는 교수님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대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혼자 공부할 때에 비해 더 많은 resource를 누리기 위해서이며, 그래서 등록금을 내는 것이고, 교수님은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resource 중 하나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지금 논문 프로포절을 위해 글을 작성 중인데, 이 글을 빨리 완성해서 우선 교수님을 뵈야겠다. 그리고 이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뭔가 나랑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금은 그렇지 못해 힘들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려봐야겠다.


참고로 이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논문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얻은 경우도 있었고, 내가 잘못 이해했던 부분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궁금한 점을 혼자 가지고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 이야기하고 소통하면 새로운 생각들이 샘솟는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3. 논문에 나온 투자 전략은 현실 투자 전략의 단초로 쓸 수 있다.

논문은 여러가지 빈현실적인 가정들이 많다. 예를 들어 CAPM은 효율적인 시장을 가정하지만, 선배님의 실제 헤지펀드 업무 경험에 따르면 벤치마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고 Sharpe ration가 3,4 까지 나오는 전략이 있는 등, 논문들에서 사용하는 가정이 틀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short term일 때는 개별 자산 가격 변화 예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교과서에 나온 random walk이론에 반대되는 걸 말씀하셔서 신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전략들이 단서가 되어 실제 트레이딩 전략으로 발전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은 이런 논문을 자주 읽어 공부하고 이런 논문을 쓰는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 논문을 잘 써서 자산운용사 같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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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