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적응한 요즘의 하루

#1 

 

프랑스에 온지 이제 4개월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한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에 아직 아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이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히 침대 속에서 핸드폰으로 책을 읽는다. 아내는 아직 자는 중이기 때문에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Nakes Statistics라는 통계학 책인데 정말로 추천하는 통계학 책이다. 중심 극한 정리나 p-value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실제 생활의 예로 쉽게 풀어놓았다. 특히 나는 standard deviation과 standard error가 헷갈렸는데 이 책을 보고 명쾌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 리뷰를 해보아야겠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아침밥을 혼자 먹는다. 아내가 입덧이 심해서 내가 주로 먹는 음식들을 못 먹기 때문이다. 특히 양파, 파, 계란 등의 냄새를 못 참기 때문에 요즘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없다. 아내의 입덧이 심해지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던 백종원의 양파덮밥, 쏘시지 야채 볶음을 자주 해먹었는데 이제는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빨리 아내의 입덧이 나아서 맛있는 음식들을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내가 꽂혀서 자주 먹는 음식은 poêlée campagnarde (푸알레 캄파냐드)이다. Poêlée는 "후라이펜 하나에 들어갈 양"이란 뜻이고, campagnarde는 "시골의"라는 뜻이다. 즉 이 요리는 후라이펜에 시골스럽게 여러 음식들을 넣어서 볶아먹는 요리이다. 주변 슈퍼마켓에서 이걸 미리 조리해둔 뒤 냉동시켜서 파는데, 조리하기도 쉽고 몸에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자주 먹는다. 이 푸알레 캄파냐드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하나씩 사가며 먹어보고 있다. 생각보다 프랑스 슈퍼마켓에 맛있는게 많다.

 

 

냉동으로 판매되는 푸알레 캄파냐드

 

 

 

 

#2

 

아침을 먹은 뒤에는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프랑스어 공부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confinement은 끝났지만 아직 프랑스어 학원들이 개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다. 곧 OFII를 가야 하는데 이 때 프랑스어 의무 수업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OFII를 다녀온 이후에 프랑스어 학원을 더 알아볼 계획이다.

 

프로그래밍은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암호화폐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보완하거나 이 블로그를 보완하는 일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처음에 만들고 실행시키기는 쉬웠는데 돈을 계속 잃다가 최근에는 본전으로 돌아왔다. 곧 돈을 잃어버리기 시작할 것 같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실행시켜보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많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예를 들어 코드의 줄 길이가 길어지규 다루는 파일들의 용량이 커지다 보니까 내가 주로 쓰던 IDE인 쥬피터랩의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 아예 렌더링도 안되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파이참도 사용해보고 있고, heroku를 이용한 텔레그렘에 다른 서비스도 연결해보고..참 프로그래밍은 뚝닥뚝닥 만들 수 있어서 재미있다.

 

블로그를 보완하는 것도 재미있다.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계시는 바로 이 블로그! 다른 블로그들에 비해 허접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 안에는 html, css, 자바스크립트 이 3가지를 모두 사용해서 꾸미고 있다. 특히 자바스크립트는 처음 다루기 시작하였는데 파이썬과 문법이 비슷해서 쉽게 배울 수 있었다.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왜 한 언어를 잘하면 다른 언어를 배우기 쉽다 그랬는지, 프로그래밍을 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3 

 

점심 이후에는 집 근처의 숲길로 조깅을 간다. 집 근처의 강과 이 강을 따라서 난 길이 매우 아름답다. 나는 이 길에서 조깅을 자주 하는데 신기한 점이 2가지 있다. 첫번째 신기한 점은 이 강가 근처에서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태닝을 한다는 거다. 젊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태닝을 하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책을 읽거나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서라면 카페에서 보이는 모습을 강가에서 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두번째 신기한 점은 아이들과 같이 피크닉을 나온 가족들이 엄청 많다는 점이다. 광교에 살 때도 광교는 신도시라 아이들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내가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곳은 시골. 딱히 젊은 가족들이 많이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노는 소리가 거의 매일 매일 들리니 이것도 신기했다. 프랑스 출산율이 2019년 기준 1.851명이고, 대한민국은 1.103명 (출처 : MacroTrends)라고 하니 0.7명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나 보다. 

 

조깅하다가 찍은 사진

 

 

#4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후에는 직업을 찾아본다. CDI를 찾거나 alternance를 찾는데, 프랑스어로만 쓰여진 fiche de poste (잡포스팅)을 보다 보면 내가 정말 프랑스에서 일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는 영어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프랑스에서도 프.잘.사 같은 카페들을 보면 영어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던데, 내가 일자리를 찾을 때는 프랑스어를 잘하길 요구하는 직업들 밖에 안보인다. 머신러닝 리서처 포지션은 다를 줄 알았는데 내가 일하길 원하는 곳이 금융기관이니까 더욱 프랑스어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면접을 본 한 컨설팅 펌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도 지원해보기 위해 또 열심히 glassdoor, linkedin, welcome to the jungle같은 웹사이트를 찾아본다. 하루에도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새로운 구인공고들은 올라오는데 다 프랑스어로 써져 있는 걸 보면 '내가 정말 프랑스에서 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경력 공백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평생 일 할 수 없겠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찾아든다. 그리고 금새 우울해진다.

 

예전에는 이런 감정을 못 이기고 아내와 자주 싸웠다. 지금은 이런 감정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암호화폐 트레이딩도 시작했고, 블로그 글도 더 열심히 쓰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블로그에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 감성글들이 더 많아 질 것 같다. 이렇게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내 생각을 담담히 적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업을 찾다가 저녁을 먹고, 그러다 보면 저녁이 오고 하루가 끝난다. 내일도 더욱 알찬 하루를 보내길 다짐하며 잠이 든다. 프랑스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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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얀눈곰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